휴먼다큐 사노라면 물메기 볼락 노랑가오리 경남 통영 추도 김종진 기강숙 가격 위치 모바일 택배 주문 홈페이지 1월 12일 671회 방송시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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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부는 겨울이면 온 섬이 물메기 덕장으로 변했다는, 경남 통영 먼 바다의 작은 섬, 추도.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추도 언덕배기에 소문난 잉꼬부부, 김종진(67) 씨와 기강숙(63) 씨가 삽니다.

파도가 거친 날에도, 어김없이 바다로 나가 아귀, 물메기, 볼락, 노랑가오리 등 귀한 겨울 생선을 낚는 부부. 부부는 8년 차 어부입니다.

처음에는 펄떡이는 생선만 마주해도 가슴이 오그라들었지만, 지금은 빨래판만 한 생선도 단숨에 제압해 버린다는 강숙 씨.

어릴 적 별명이 ‘깡’이 세서 ‘깡숙이’였다더니, 지금도 그때의 깡이 펄펄합니다. 강숙 씨가 연고 하나 없는 이 섬에 들어온 건 순전히 남편 때문이었습니다.

부산에서 예인선 선장을 하던 남편이 느닷없이 위암 판정을 받고, 요양 차 한적한 섬마을로 들어가면서 그녀 또한, 다른 것 생각할 겨를 없이 추도 행을 택했습니다.

남편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종진 씨의 평생 우렁각시를 자처한 강숙 씨 덕에 다행히 남편은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평생 가야 “사랑해” “고마워” 소리 한 번 않고, 부엌에 들어가면 큰일 나는 줄 아는 무뚝뚝한 경상도 사내지만, 실은, 남편은 강숙 씨의 부탁이라면 묵묵히 들어주는 애처가입니다. 이들이 부부의 연을 맺은 지도 30여 년. 그 시작은 그 누구보다도 드라마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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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부부는 각자 큰 아픔을 겪고, 어렵사리 만난 재혼 부부입니다. 강숙 씨는 일찍이 혼자가 된 미용사였습니다. 홀로 부산에서 미용실을 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선장이었던 지금의 남편 종진 씨를 만났습니다.

종진 씨는 명랑하고 시원시원한 강숙 씨가 마음에 들었지만, 한편으론 조심스러웠습니다. 실은 그에게 지적장애가 있는 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덩치는 커다랗지만, 마음은 유아에 머물러 있는 딸.

하지만, 오히려 강숙 씨는 아이처럼 순수했던 딸에게 이끌렸고, 또 사랑했습니다. 그 딸아이가 “엄마!”라고 부르며 곧잘 따르는 걸 보고, 재혼 결심도 굳혔습니다. ‘엄마’라는 말이 무척이나 따듯했기에 어떻게든 딸아이의 기댈 언덕이 되어 주고 싶었습니다.

새해를 며칠 앞둔 어느 날, 아침부터 부부가 분주합니다. 육지 장애인 시설에 살고 있는 딸 은주(43) 씨가 집에 오기 때문입니다.

여객선에서 내리자마자 강숙 씨에게 안기는 불혹을 넘긴, 딸. 한번은 부부가 조업하느라 바다에 간 동안, 라면을 끓여먹는다며 불을 계속 켜둬서 사고가 날 뻔했습니다.

그 탓에 어쩔 수 없이 딸의 안전을 위해 잠시 떨어져 지내고 있습니다. 오랜만의 해후에 만나자마자 수다가 쏟아지는 모녀. 딸이 좋아하는 삼겹살부터 갖은 회로 만찬을 나누고, 옛 사진을 보며 시간을 보냅니다.

강숙 씨의 유일한 소원은 딸이 건강하고 무탈한 것인데, 딸은 바닷일 하느라 늙어버린 엄마의 손에 자꾸만 시선이 머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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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365일 딸 걱정뿐인데, 남편은 매사 바쁜 아내가 더 염려스럽습니다. 뱃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 백발 덥수룩한 동네 어르신이 강숙 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강숙 씨는 추도에 하나뿐인 미용실 원장이자, 46년 경력의 베테랑 미용사입니다. 학창 시절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면서, 내 한 몸 추스르기 위해 열일곱 살 때부터 미용기술을 배웠다는 강숙 씨.

섬에 들어와 살면서 봉사 차 이웃들의 머리를 잘라주다가 입소문이 나면서, 추도 주민 모두가 그녀의 단골손님이 됐습니다.

오전에는 남편과 물고기를 잡고, 오후엔 틈틈이 미용실을 열며, 추도 총무까지 맡고 있다 보니 마을 대소사가 생기면 또 달려 나가야 합니다.

요 며칠은 집집마다 김장을 해서 여기저기 일손을 보태느라 몸이 좀 바빴습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론 모자랐던 걸까요.

밀려드는 주문 탓에 택배 발송을 겨우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또 마을회관에 볼 일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엔 동네 주민에게 뜨개질을 가르쳐줘야 한다는 게 이유. 종진 씨는 공사다망한 아내가 혹여, 몸이라도 상할까 노심초사인데, 아내는 대수냐는 반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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