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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잔디가 한없이 펼쳐지는 곳, 전라북도 장성면 삼서리. 이곳에는 평생 잔디밭을 일구며 다섯 식구를 책임진 남편 노병철 씨(80세)와 그런 남편을 졸졸 쫓아다니는 아내 김숙재 씨(77세)가 삽니다. 약 50년 전, 서울에서 가끔 내려오는 청년에게 첫눈에 반해 먼저 쫓아다녔던 아내와 매일 밥 먹으러 오라며 불러내는 시골 처녀가 자꾸 생각났다던 신랑.
몇 달에 한 번씩 볼 수 있는 애타는 장거리 연애 끝에, 결국 병철 씨가 서울살이를 그만두고 삼서면으로 내려와, 백년가약을 맺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얼굴 한쪽이 성치 않았던 자신의 모습을 진심으로 사랑해 준 신랑이 고마워서, 예나 지금이나 신랑바라기인 숙재 씨는, 50년이 넘은 지금도 연애 시절 주고받은 편지를 꺼내 읽곤 합니다. 병철 씨도, 전쟁고아로 가진 것 하나 없는 자신에게 시집와서 고생하느라 허리가 굽은 아내를 위해, 밥을 먹다가도 벌떡 일어나 물을 대령하고, 집안일은 물론이며 밤마다 마사지까지 해주는 사랑꾼입니다.
일이 아무리 고되어도, 아내 얼굴을 보면 사르르 풀린단다. 어딜 가든 꼭 붙어 다니며 맛있는 음식이라도 보이면 서로의 입에 넣어주기 바쁜 두 사람.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는 마을의 소문난 잉꼬부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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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신랑이 좋아하는 나물 반찬을 하기 위해 돌나물, 미나리, 고사리, 두릅을 뜯느라 분주한 숙재 씨. 몸에 좋다는 나물로 만든 새 반찬과, 호박과 우슬뿌리로 만든 식혜를 양손에 가득 싸 들고, 부지런히 신랑이 일하는 논으로 향합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병철 씨를 홀로 보내는 법이 없는 숙재 씨. 몸에 좋다는 건 다 챙겨서 남편 뒤만 쫓아다니는 데에는, 신랑을 사랑하는 마음도 있지만,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첫눈에 반해 결혼하여 남의집살이를 하면서도, 함께이기에 달콤한 신혼생활을 했던 부부. 그러나 행복도 잠시, 갑작스러운 뇌종양으로 의식을 잃은 병철 씨는, 6개월 시한부 선고까지 받았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던 숙재 씨는 남편을 살리기 위해 전국 팔도의 용하다는 의사는 모두 찾아다녔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덕분에 병철 씨는 6개월, 6년을 지나 40년 넘게 숙재 씨의 옆자리를 지켜줬습니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라고, 전립선암에, 협심증으로 고생하는 남편 때문에 요즘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숙재 씨.
자신이 없는 사이 행여 남편이 어떻게 될까 봐, 남편의 껌딱지가 되어 딱 붙어 다니기로 결심했습니다. 아내에게 몸고생, 마음고생을 시켜 미안한 마음에, 이제는 다 갚아주고 싶다는 병철 씨. 집안일이며, 바깥일이며 궂은일은 전부 도맡아 한답니다. 아내가 살려준 목숨이라는 남편과 다시 태어나도 남편과 함께할 거라는 아내. 서로에게 존재의 이유가 되어 변함없는 마음으로 해로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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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해온 부녀회장직을 내려놓았지만, 여전히 마을회관을 드나들며 어르신들께 식사 대접을 하는 등 살뜰하게 마을 일을 챙기는 숙재 씨. 며칠 전부터 병철 씨의 심장통증이 심해져 꼼짝 말고 집에서 기다리라고 신신당부했건만, 남편의 행방이 묘연합니다.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남편을 찾아다니던 숙재 씨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남편이, 본인이 입을 수의를 보러 갔다는 것. 당장 내일 죽을 사람처럼 그런 곳에 혼자, 그것도 몰래 갔다는 말에, 망연자실한 숙재 씨. 자꾸만 죽음을 생각하는 남편에게 처음으로 큰소리를 치며 화를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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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병철 씨는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 홀로 남겨질 아내가 걱정되는 마음에, 자신이 떠난 세상에서 아내가 살아갈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를 하는 중입니다.
남편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벌써 자신의 곁을 떠날 준비를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기도, 두렵기도 한 숙재 씨.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병철 씨는 어김없이 밭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혼자 가게 둘 수 없는 숙재 씨는 결국 뒤따라 나서지만, 부부 사이에는 냉랭한 기운이 흐릅니다.
그때, 아무 말 않고 풀을 뜯는 아내를 바라보던 병철 씨가, 어딘가로 향합니다. 병철 씨는 무얼 하려는 걸까요. 부부의 깊은 사랑은,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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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하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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